이 인간이 보니까 하루에 하나씩 올려주더라. 10시쯤 아스란 영웅전... 꽤 재미있게 읽었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던 만화

원글 링크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webtoon&no=152804&page=1&exception_mode=recomm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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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즐거운 웹갤 여러분





지금껏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거대한 스케일의 대작을 구상하여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지만, 


한 편으로는 이 대작이 누군가에게 도용될까 두려워 함부러 바깥으로 내보이지 못하는 당신에겐 웹갤을 추천하는 바임.


겁쟁아.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15기 태풍을 부르는 노래하는 엉덩이 폭탄]에서 짱구 아빠가 말하길, '계획대로 안되는 것이 인생이다.' 


그렇지,  우리는 언제나 한 발짝 진일보한 새 시대의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늘상 어둡고 침울한 시궁창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법임.


꾸는 꿈은 마리오 요시 아일랜드인데 현실을 돌아보면 보더랜드야.


난 다행히 헛된 꿈은 버리고 산지 오래인 낙오자라 이런 현실의 정서에 깊게 파묻힌 암울하고 그로테스크한 만화를 되게 좋아하는데, 

(트라우마 있는 놈이 그릴거 같은 만화 있잖아.)


일본 만화로 치자면 고로시야 이치, 네이버 웹툰에서 찾아보자면 박성용 작가의 만화를 들어볼수가 있음. 물론 이 두 작품은 작품의 방향성이 


전혀 다른 작품임. 고로시야 이치는 흥미를 위해 매니악한 요소들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어서 그려낸 만화이고, 박성용은 주제의식의 전개를 위해


이야기를 잔인한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는 것 뿐임. 다시 말하자면 메시지의 유무임.



박성용의 작품을 한마디로 평하자면 주제의식을 위해 이야기를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작품이라고 할수 있음. 


너무 스토리를 위해 캐릭터를 희생시키는게 아니냐고? 난 이런 식의 비판에 되게 회의적인 입장임. 


동인 만화마냥 캐빨에 미쳐서 전개 말아먹는 것보단 훨 낫잖아. 뜬끔없이 죽이는 것도 아니고 스토리 진행 때문인데 


게다가 요즘 세상은 주제가 뭐냐고 물어보면 니 주제에 작가에게 질문을 해? 하면서 칼날같은 대답으로 받아칠 것 같은 작가가 태반인지라 


작가가 자기 작품관을 분명히하고 작품을 그린다는 건 좋은 일임.


게다가 여캐들이 이쁘잖아.


 





1. 레드스타 - 의의는 첫 에피소드라는 것에 있다.




아스란 영웅전 하나를 딱 놓고 평가를 하려니, 에피소드 별로 주제나 다루는 소재가 달라서 글감을 뽑아서 글 쓰기가 되게 애매하더라


그래서 아예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놓고 이야기 해보기로 했음.


레드스타는 박성용이 네이버에 데뷔하면서 가진 적응기간이라 평가해볼수 있음. 


에피소드 자체는 독자들에게 작가의 작품관을 어느정도 알림과 동시에 세계관을 소개하는 첫 에피소드로서의 역할을 다 하고 있지만


연출이나 캐릭터들의 표현 등에서 아직 미묘한 부분들이 있던 에피소드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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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 치자면 담금질의 단계를 접어든, 아직 무딘 칼날이라 실전에 쓰이기엔 아쉬운 느낌이 든다 표현할수 있을듯함.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박성용의 다른 에피소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말하는 것이고, 독립적인 단편으로 봤을때 완성도는 괜찮은 편임.



작가가 작품내에 주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독자들이 머리잡고 끙끙대며 유추해보기를 바라는 심리를 가진듯해 


주제가 잘 드러나지는 않는데, 누구를 시점으로 이 작품을 보냐에 따라서 작품의 주제는 두가지로 갈라질수가 있음.


하나는 용사가 말하는 '악한 인간은 죽어도 된다.' 즉, 악에는 어떠한 용서의 척도도 두어서는 안된다는, 


평생을 정의롭고 선하게 살아왔던 백부장의 가치관을 정면으로 뒤흔드는 메시지가 될수가 있겠고


또 다른 하나는 범인과의 대결과 마지막에 나오는 용사의 대사인 '정의를 관철시키기 위해 중요한 것은 마음과 하겠다는 의지'로


용사가 방황을 접고 수비대의 일을 도우러 나서는 계기가 되는 메시지가 된다고 볼수 있음.



한마디로 하자면 첫 에피소드로 갖춰야 할 것은 다 갖춘 작품이라 평가해볼수가 있겠음. 그런데 그림 연출은 많이 아쉬웠어.






2. 하프엘프 - 안정기에 들어선 작품, 아쉬운 결말



하프엘프는 레드 스타 에피소드와 비교했을 때 일신된 연출력과 그림체를 보여줌. 


박성용 고유의 그림체가 자리를 잡아가는 때라고 할수가 있음. 다음에서 연재되는 


[셜록 : 여왕폐하의 탐정]을 보면 추리 요소에 판타지를 도입해 잠시 화제를 불러일으켰음. 물론 좋은 의미의 화제는 아니었지.


밀실살인이라며 온갖 호들갑 육갑을 다떨더니 결말은 외계인 손 증후군 때문에 자살하는 거임.


밀실의 의미가 사라짐. 판타지로 작품을 쓰던 SF로 쓰던 추리물이라면 자신이 깔아놓은 기본 전제를 무시해선 안되는 거임. 


하프 엘프 편도 똑같은 잣대를 적용해보자면, 판타지 설정을 전개에 넣어 적당히 녹여낸 모습은 좋았음.


처음부터 바람 궁술이라는 살해 수단이 있다는 걸 전제로 깔고 들어갔고, 엘프들의 귀로 범인의 존재를 유추해볼수 있는 단서를 만들어냄.


초장에 이런 설정이 있다는 걸 독자한테 알려줌으로써, 독자에게도 추리의 여지를 남김.


다만 작가가 처음에 복선으로 깔아놨던 열등감과 욕망으로 인한 범죄에 범인이 너무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듬.


아무리 생각해도 머리카락에 수평귀가 가려지진 않을텐데, 아무도 귀가 없다는 걸 몰랐다는 설정 자체가 말이 안됨.


게다가 후반부의 급격한 유아 퇴행은 이 범인이 지금까지 어떻게 이런 성격을 숨겨왔는지 의심하게 만듬.


마무리가 아쉬웠어. 



다만 연출 부분은 이전과 달리 크게 일신한 모습을 보임. 작가가 자기 색깔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함.












3. 도플갱어 - 정의를 비틀어본 에피소드




싸우는 내용이다보니 전편보다 훨씬 역동적인 장면이 많이 들어간 에피소드임. 


메인 주제는 스티븐 킹 원작 영화인 [미스트]와 비슷하다고 볼수있음' 모두를 구하고 싶은 신념'을 비트는 것, 혹은


'희생은 어쩔수 없는것이다.' 물론 내 추측임. 날 믿지마


'우리 중 한 명은 살인마' 식의 추리물 클리셰를 따르는 에피소드라고 볼수도 있는데, 범인인줄 알았던 사람이 죽어나가고 


다시 의심을 하면 죽어나가는 어찌보면 공식 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져 나감. 


그리고 이런 류의 결말대로 정말 의외의 사람이 범인이고 가장 수상했던 인물이 조력자로 등장함. 뻔하다면 뻔한데, 난 이런게 좋아.


무엇보다 연출이 암울한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듬.


미티도 공식대로 하는데 왜 싫어하냐고? 공식대로 그리는 만화랑 틀에 찍어낸 판화는 다른거임.


난 공식대로 잘 풀어낸 만화를 좋아함.






4. 게르베인 - 클리셰에 맛들인 작가




추리물의 클리셰 중 가장 유명한 클리셰라면 바로 인적이 끊긴 저택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임. 


게르베인 에피소드는 기존의 판타지의 성격을 버리고 저택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라는 다소 현실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감.


이 에피소드의 의의는 주인공 아랑 소드의 복수에 대한 가치관이 드러난 편이라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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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대상에 대한 적의는 정당한 것이며, 이를 타인에게 풀어내지 않는 한 누군가의 복수는 정당하다. 고로 나는 그 복수를 막을 권리가 없다.


실제로 아랑 소드는 다른 에피소드에서와는 달리 범인에게 마지막까지 기회를 주려 했으며, 


최후의 순간, 범인에게 복수를 하려는 피해자를 막지도 않았음. 


그리고 이 에피소드의 의의는 마지막 에피소드인 에크토바에서 의미를 제대로 찾게 됨.






5. 에크토바 - 메시지를 위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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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스토리툰과는 다르게 추리물의 엔딩을 스포일러하는 건 예의가 아닌거 같다. 그래서 중요한 건 다 가렸는데 


웹갤러들은 어차피 다 봤을테니 사실 상관없겠지. 생각해보면 애초에 지금까지 쓴 글중에 스포일러가 그리 큰 영향을 미치는 작품이 아예 없었음.


어쨌던 작가가 말한대로 마지막 에피소드 에크토바의 주제는 희생임.


다수에 의한 소수의 희생은 정당한가?


도플갱어 편에서도 넌지시 던졌던 질문인데, 마지막 에피소드에선 이를 직관적으로 묻고 들어옴. 


과연 에크토바가 희생되는게 옳은 일인가? 그리고 마을을 위해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은 옳은 일인가?


난 이 에피소드가 굉장히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함. 바로 전작에서 말했듯이 용사는 복수란


복수의 대상이 아닌 타인에게 적의를 품지 않는 한 정당하며 누구도 그걸 막을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임. 


그리고 예크토바는 줄곧 세상을 원망해왔기에 어찌 보면 세상에 대한 복수의 권리를 가졌다고 볼수있음. 


즉 어찌보면 용사는 에크토바를 죽일 권리가 전혀 없음. 그런데 


이게 또 이렇게 될수 없는게 용사는 '용사'이기 때문에 대가 없이 남을 돕고 지킬 의무가 있음. 


그렇기 때문에 용사는 세상을 위해 예크토바를 살해해야됨. 그리고 여기서 한 번 더 뒤집어서 생각해보자면


예크토바는 세상 누구보다 약자였음. 다시 말해 용사는 예크토바를 지킬 의무가 있었음. 하지만 레비칸이 튀어나옴으로 이 관계가 역전되고


깊게 생각해보면 배배 꼬여있는 기묘한 상황이 나타난거임.


묘하지. 배배꼬인게 참


결말에 대해선 말이 많던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게 희생에 대한 정당성이었다면 난 이 결말에 매우 만족함.


그 질문을 단 세 컷만으로 임팩트있게 던져줌.







6. 총평



스페이스 킹으로 박성용 작품에 입문한 사람들이 많던데 박성용의 작품관을 제대로 느껴보려면 아스란 영웅전을 추천함.


비록 초반부가 작화가 불안정하고 아쉬운 면이 보이지만 개인적으로 아스란 영웅전은 수작급엔 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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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다시 다보느라 재밌었음. 헤헤


신청 안받는다.